수목원 후 카페
늦게 잔 것에 비해 괜찮게 일찍 깨어났다.
오늘은 수목원에 갔다가 몰리에 가서 브런치를 먹으려고 한 날이므로 침대 위에서 조금만 늑장 부리고 몸을 일으켰다.
알라딘과 예스24 반품 건 문앞에 두라고 하여 음반과 책을 각각 포장하고,
책가방을 멜까, 에코백을 멜까 하다가 약단밤과 사과를 사오게 될 것 같아 책가방을 메고 나왔다.
가방에는 카페에서 읽을지도 몰라 비비언 고닉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챙겨넣었다.
수목원은 걸어서 30분 정도, 버스로는 15분 걸린다.
수목원 안에서 충분히 많이 걸을 것이므로 버스로 간다.
수목원은 작년과 재작년 문화연수로 한 번씩 온 적이 있고, 약 20년 전 쯤 연작언니와 왔던 기억이 난다.
3번의 경험 모두 수목원을 충실히 돌아다니기 보다는 수다 떨면서 경치를 즐기는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오늘 혼자 간다고 해서 수목원을 충실히 돌아다닐 작정은 아니었다.
걍 여유로운 날들이니 헐렁헐렁 돌아다니고 브런치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내가 지금 여유롭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잘 각인시켜주고 싶은 마음.
역시 겨울이라 방문객이 거의 없다.
나무들도 잎이 다 떨어져 초라하고 추워 보인다.
나도 춥단다 나무야.
나도 쉬고 있단다 나무야.
드넓은 수목원을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한가지 배웠다.
(우와 사진을 나란히 넣었다!!)
규화목이란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나무 화석이란다.
수목원에서 만난 모든 안내문이 읽는 사람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있는 점이 좋았다.
규화목은 보기에도 윤기가 흐르는데 만지니 맨들맨들해서 자꾸 만지게 되었다.
아주아주 긴 시간을 거친 자연물이라니,, 만지면서 자연스레 소원을 빌게 되었다.
긴 세월을 살았던 느티나무란다.
고래가 번쩍! 서 있는 것 같다.
역시 저절로 소원을 빌게 만들어서 두 손을 모아보았다.
요 근처에 실내전시관이 있어서 구경을 하였다.
나뭇잎 꽃잎 등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이런 거 배워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외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적절하게 잘 갖춰져 있어서,
날 풀리면 사람들이랑 와야겠다 싶었다.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푸르른 소나무가 유난히 반갑다.
눈이 쌓이면 더 이쁘겠지.
눈 오는 날 다시 와볼까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소나무들이다.
출구를 찾아 나가는 길에 돔 형태의 건축물이 보여 가보니 온실이다.
온실이라니 따뜻함과 볼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온실 문을 열면 이런 광경과 여러 온열대 식물들의 섞인 향들이 물씬 풍겨 새로운 곳에 왔음이 실감난다.
크리스마스 꽃.
내부 컨셉을 크리스마스로 하였는지 크리스마스 장식이 나름 정성스레 꾸며져 있었다.
갑자기 동굴이 나와서 설렜다.
아주 짧은 동굴이지만 만들어줘서 감사! ㅎ
여러 선인장도 있다.
출구로 가는 길, 그네 앞에서 보이던 이 풍경도 맘에 들었다.
수목원에서 나와 카페 가는 길에 있는 신축 테라스아파트를 구경하려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가 출구를 찾지를 못해서 좀 헤매다가 (가뿐하게) 담타고 나왔다.
그러고도 카페 가는 길이 각이 안 나와서 테라스아파트 단지 입구쪽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살짝 낭패스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앞에 있는 얕은 산 입구에 문헌공원 가는 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문헌공원은 카페 가까운 쪽에 있다는 것을 다행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 그 입구로 들어서 얕은 산을 타니 문헌공원이 금방 아주 금방 나왔다!
카페 옆 과일 가게에서 곧 있을 음감을 위해 약밤 2망을 샀다. 사과를 추천하셔서 사과도 사고 카페로 감!!
채소 그릴 샐러드(?? 이름은 잘 생각이 안 난다)와 아메리카노.
둘 다 내 입맛에 아주 좋았다.
샐러드는 요렇게 앞접시에 옮겨서.
구석에 자리가 생겨서 옮겼다.
카페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 기준 좀 컸다.
소리내어 책을 읽어보다가 눈으로 읽어보다가 하였다.
소음이 조금 섞이는 것이 고요함보다 더 집중이 잘 되는 이치를 신기해 하면서 비비언 고닉의 책 진도를 좀더 나갔다.
카페 맞은 편에 있는 또 다른 카페의 에그타르트가 맛있다 하여 2개 포장해 집으로 갔다.
이러고 도착하니 2시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에그타르트, 찐고구마를 같이 세팅하여 책방에서 비비언 고닉의 책을 좀 더 읽었다.
이런 느긋한 삶!
한 달 반 후의 내가 부러워 하라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