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립미술관 후 알탕
시립미술관과 가고자 하던 알탕집이 도보로 갈만하여 코스를 묶었다.
일어나서 좀 늑장을 부린 탓에 시간이 좀 애매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미술관을 먼저 갈까 밥을 먼저 먹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나는 완전 배고파진 다음에 먹는 게 좋고, 할 일을 다 해 놓고 먹는 게 좋기 때문에 미술관을 둘러보고 알탕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립미술관은 작년 겨울에 한번 왔었고, 그러고 보니 여름방학 때는 안 왔었다.
이번 전시는 관객참여형 전시라서 더더욱 흥미로웠다.
기회가 된다면 친구 데리고 또 와도 좋겠다.
공중전화에서 원하는 연도를 입력하고 #을 누르면 그 해의 핫이슈가 화면으로 나오고 소리는 수화기를 통해서 듣는다.
수화기를 통해 소리를 듣는다니, 아 낭만!
1981, 1996, 2002, 1978 을 입력해 보았다. 버튼을 누르면 누를수록 요령이 붙어서 잘 눌렀다.
이제 거리에서 거의 사라진 공중전화가 참 반가웠다. 공중전화 부스를 찾는 것도 참 어려웠다고 전시회 도우미?께서 알려주셨다.
핑크 플로이드의 Meddle 혹은 Pulse 라이브 앨범이 바로 떠올랐던 작품.
송창애 작가의 물의 꽃.
얼굴에 글자가 쉴새없이 타이핑 되는작품이다. 어떤 작품은 앞에 가면 타이핑 소리도 들린다. 아이들 마음 알아보기 할 때 간단하게 뇌구조 그리기 같은 걸 하는데, 그것을 예술화한 끝판왕격인 작품같다.
이 작품 속에서 가장 잘 놀고 참여한 거 같다 ㅎ
우주 속에 들어온 거 같았다.
동굴 안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음향효과까지 더해져서,,
그러고 보니 음악도 핑플의 메들 스러웠다.
내가 손으로 센서를 가리면 달이 블루문으로 변하고 그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그림이 형상화 되어서 바닥에 비추어져 작품의 요소가 되었다. 어지러운 바닥의 가운데로 들어가면 어쩔 때는 그 아래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3층에서 본 작품
그림 뒤에 조명을 넣고 꼼꼼하게 구멍을 뚫어 조명의 색에 따라 그림의 색도 바뀐다.
제목이 last supper 였나? 최후의 만찬을 모티브 삼아 만든 작품 같았다.
디스토피아적 메세지에서 그치지 않고 비둘기, 꿩, 사슴 등에서 낙관적인 희망도 가져보려는 같았다.
병풍을 바탕으로 삼은 후 현대적 캐릭터와 사물들을 넣어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맞은 편 한 칸 민화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림이 움직이고 소리가 나는 것은 어릴 때붙터 익숙하게 봐왔던 것인데
회화적 느낌이 강한 작품 안에서 애니메이션이 결합되니 이색적이었다.
전시작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다 시간을 들여서 보고, 참여할 만한 것이어서 그런지 친구들과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시장에서 나오니 점심 먹기 알맞은 시간이다. 알탕 집으로 가는데 날씨가 늦겨울처럼 따뜻했다.
알과 곤이 위주로 많이 들어있는 알내장탕!
가끔 먹으면 참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