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인터넷에서 눈에 띄길래 애호박 간장 비빔국수를 해먹어보았다.
오징어도 안 어울리진 않을 것 같아서 넣어 보았다.
간장 비빔국수는 많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미취학 어린이었거나 기껏해야 초저학년 정도로 어릴 때 엄마가 간장, 설탕 그리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은 양념으로 비벼 주면 맛있게 호로록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보단 덜 거슬러 올라가자면
선영언니와 배낭 도보 여행 중에 들렀던 선유도.
다른 지역의 토박이분들도 무더운 날씨에 가방을 메고 걷는 추레한 행색의 외지인에게 괜찮게 대해주었지만, 선유도는 특별히 남달랐다. 큰 나무 그늘 아래 모인 할머니들이 우리가 아는 사람인 듯이 어서 오라고 부르더니 수박을 나누어 주시고, 선유도의 좁은 흙길을 따라 걸어가면 지나가는 차마다 속도를 늦추면서 태워준다고 하셔서 여러번 사양해야 했었다. ㅎㅎ
우리가 이렇게 호의를 느긋하게 거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 여행의 목적이었던 걷기를 해야 하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에 앞선 푸짐한 베품에 마음이 이미 넉넉해진 덕분도 있었으리라.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 나지만... 아마도 식당을 물어보니 우리 집에서 밥 먹으라고 하셨던 것이었을까,, 암튼 어떤 집에 들어갔고..
음... 기억이 바뀌어서 글을 지금 몇 번 고쳤는데..
암튼 집의 안주인께서 친척이 놀러 왔다 간지 얼마 안 되어서 마침 젊은 사람들 먹을 만한 반찬이 있어 다행이라고 하면서 밥상을 차려주셨다. 우리가 맛있게 밥을 먹고 아마도 여행객과 토박이간에 나눌 만한 대화들을 나누었을텐데, 그 집 아저씨께서 선유도의 범바위를 안내해 주시겠다며 우리를 트럭으로 태워서 데리고 가셨다. 그 범바위는 나같은 쫄보가 감당하기에는 가팔라서 나는 무서워하며 끝까지 오르지 못했고 선영언니는 나를 비웃으며 보란듯이ㅋ, 아저씨는 나를 걱정하시며 올랐던 거 같다.
범바위에서 내려오면서 아저씨께서는 놀랍게도 아주머니께 전화해서 우리가 집으로 가니까 국수를 준비하라고 하셨다. ㅋㅋㅋ
점심을 먹고 고작 범바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배가 꺼졌을 리 없었다.
아이고, 우리 배부른데요 아저씨 괜찮아요.. 이런 말을 했을 테지만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살면서 체화된 아저씨, 아주머니의 삶의 양식에 따르면 당연한 절차였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무가내의 베품에 홀려서 ㅎㅎ 배부름은 살짝 무시하고 다시 아저씨를 띠라 그 집으로 갔을 때 아주머니께서 내주신 것이 애호박 간장비빔국수였다.
와, 어떻게 이렇게 맛있어요?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에요?
이러면서 한 그릇 다 먹었다.
조건없이 푸짐한 인심에 따숩게 데워진 마음을 안고 나와 집 명패를 보니 아저씨 성함이 박순남이어서,, 이름과 사람이 일치한다고 언니와 얘기하며 좋아하기도 하였고, 선유도에서의 추억은 도보여행 중 가장 자랑스러운 에피소드가 되어 지인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떠벌리곤 하였다.
아니, 선유도에서는 그냥 쭉 걷기가 힘들었어. 왜 그랬게?
왜 그랬냐, 길이 험했냐 이렇게 대답하면.
지나가는 차마다 자꾸 우리를 태워주려고 하셔서 거절하느라고 말이야. 이러면서 의기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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