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는 자라요

by 아날로그맨🐳 2023. 12. 3.

국어 시간에는 지문을 내가 한 번 읽어주고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속도로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는 시간을 준다.

1학년 꼬맹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우렁차게 읽는다.

 

금요일 차시의 주제는 글을 실감나게 읽는 것이었다. 

감정을 담아 읽으면 실감난다는 얘기를 나누고 역시 내가 먼저 읽은 후 아이들이 반복해서 읽도록 하였다.

 

===

나는 자라요

글: 김희경, 그림:염혜원

 

나는 작아요,

엄마 품에 폭 안길 만큼

아주 작아요.

 

그렇지만

나는 자라요, 

하루하루

아주 조금씩조금씩.

 

색종이를 오려 종이에 딱 붙이는 순간이나

내 이름을 쓸 때에도

나는 자라요.

 

동생을 꼭 껴안아 주는 순간에도

나는 자라요.

 

단추가 단춧구멍으로 들어가고,

내 발이 양말 속으로 들어 갈 때에

나는 자라요.

 

처음으로 무지개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순간에도

나는 자라요.

===

 

나는 이 글이 생명 자체에 대한, 

어리고 작은 것들에 대한

따스한 환대가 담겨 있어서 좋다.   

 

예전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구 "삼촌 나는 쑥쑥 자라는 나무에요." 에서도 

생생한 생명력의 찬란함, 삶 자체에 대한 환희같은 것이 느껴져 좋아했다. 

 

1.

내가 "나는 자라요"를 읽고 아이들이 글의 내용을 몸으로 표현하기로 하였다.

천진난만과 순진무구를 두루두루 갖춘 우리반 아이들은 시작하자마자 즐겁게 해낸다. 

원래는 두어 번 정도만 읽고 다른 활동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자꾸 더 읽어달라고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이들의 표현력에도 나름의 서사가 갖추어진다. ㅋ

아이들은 "자란다"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바닥에서 시작해서 의자 위(의자까지만 허락했다.)까지 성장해 버린다!

 

2. 

"나는 자라요"라는 문구가 반복되는 만큼 "나는 자라요"가 나올 때에는 같이 읽기로 하였다. 

아니, 몸으로 표현하는 도중이니까 같이 소리내기로 하였다.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나는 자라요"를 외칠 때에는 두 손을 하늘을 향해 쫙 벌렸다.

무용을 보는 듯 흐뭇하고, 삶에 대한 환희가 느껴져 벅찬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몸으로 표현하기를 하면서 글의 내용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는 자라고 있고 앞으로도 한참 자랄 거야

자라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나는 쑥쑥 자랄 거야

나는 생생한 생명 그 자체야

나는 찬란해!!

 

이런 느낌을 표출하던데,, 이런 느낌이 그들에게 실제로 스미기를 바란다.

 

3.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아름다웠던 또다른 활동이 기억난다.

 

외부 강사님께서 오셔서 하는 무용 수업이었는데, 이 날은 풍선을 이용한 신체 표현이 주제였다.

 

풍선이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아무리 세게 쳐도 풍선의 속도는 느려서 

아이들의 움직임도 자연스레 사뿐사뿐, 우아하였다.

색색깔의 풍선과 아이들의 나긋나긋한 움직임. 

슬로우모션.

 

이 아름다워서 나도 아주 천천히 숨을 쉬며 장면을 바라보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교실  (0) 2023.12.19
미쳐요  (0) 2023.12.16
나는 누구일까요  (0) 2023.11.27
강아지똥  (0) 2023.11.19
훈내 폴폴 받아쓰기  (0) 202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