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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오! 클레오 레인

by 아날로그맨🐳 2024. 4. 25.

 

며칠 전 당근에서 음반을 많이 정리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가는 길이 좀 멀어서 갈까말까 싶었는데 이미 채팅으로 갈 것 처럼 말을 해놓은 상황에서 말을 물리는 것도 그렇고, 혹시 득템을 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아주 간만에 조퇴를 달고 용인으로 갔다.

 

음반이 있는 곳은 지하철역에서 내려서도 한참 가야 하는 곳이라 판매자께서 뚜벅이를 위해 역까지 마중나와 주셨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도 한 번 갈아 타고,,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려나, 그러고도 자동차로 10분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4월 말치고 더워서 자켓을 벗어 가방 위에 대충 걸쳐도 되었고, 어느 시골 구석으로 가는 것 같은 울창한 숲 속길이 이어져서 몸은 피곤했지만 콧바람 쐬는 기분이었다.  

 

넓은 사무실에 몇 줄로 세워져 있는 엘피들을 천천히 고르는데 역시나 내 입맛이 딱딱 맞는 음반이 우수수 나오지 않았다. 

아주 올드팝이나 클래식 음반들이 많았고 가요는 가격이 적당하면 살만한 것들이 있기는 했는데 포스트잇으로 명시한 가격이 내가 사고 싶은 가격보다 많이 비싸서 그냥 꺼냈다가 다시 꽂았다. 판매자께서 명시된 가격은 신경쓰지 않고 골라도 된다고 말씀하시기는 했는데 그래도 판매 가격이 대강이라도 가늠이 안 되니 선뜻 나서게 되지 않았다. 

 

아 역 앞으로 데릴러 나오시기까지 했는데 한 장도 못 사면 어떡하지?

한참동안 확신을 갖고 골라지는 판이 없었는데 클레오 레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He was so beautiful이 있는 음반이다!!

Cavatina부터 시작해서 한참동안 특별하게 좋아했던 음악.

어릴 때 라디오 방송이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쉬던 시절, 새벽 3시가 되면 Cavatina가 흘렀었다.

그 적막한 아름다움.이라고 느끼면서 마음이 매번 쓸쓸해지기를 기대하며 듣던 음악이었다. 

나중에 클레오 레인이 가사를 붙여 불렀다는 He was so beautiful을 들을 때에도 고독한 사랑처럼 느끼면서 많이 좋아했다.

캐논 변주곡을 허밍처럼 부른 노래, how, where, when도 찾았는데 없다. 아 맞다, 그 노래는 제임스 골웨이와 함께 한 거지, 아 그래도 이게 어디냐!! 드뎌 한 장 주저하는 마음 없이 골랐다. 서울음반 라이센스인데 속지도 있다. 

 

이 음반 외에 정경화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61번 성음 발매반, Chuck Mangione의 Give it all you got이 있는 Fun and game을 주저하면서 골랐다. 정경화 음반은 영국 재반과 성음 발매반을 두고 갈등했고 척 맨지오니의 음반은 살까말까 고민했다. ㅋ 어쨌든 이렇게 골랐다.

 

오늘에서야 들어보니 세 음반 다 음악 좋고 음질도 좋다. 피곤해서 이틀 동안 오디오를 켜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음악을 들었는데 오디오가 득음을 한 느낌, 소리가 당당하게 펼쳐지는 느낌이라 깜짝 놀라며 들었다. 정경화 음반은 반품이 가능할 정도의 감상을 방해하는 노이즈가 많았는데 3음반 합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주셨고 무엇보다 클레오 레인의 음반이 상당히 득템이라고 느껴져서 실망스러움이 다 상쇄되었다. 

 

클레오 레인의 음악은 이번에 구입한 음반들 중에 음악이 가장 좋고 서울음반 발매반인데 음질도 너무 좋아서 감탄했다. 클레오 레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완전 잘 살려졌다. 해진오빠에게 자랑하니 서울음반의 엘피가 일본의 빅터사와 제휴하면서 음질이 많이 좋아졌단다. 

 

그러니까 그동안 클레오 레인도 잊고 있었구나, 클레오 레인.

그동안 디콕 귀찮아서 안했는데 클레오 레인의 음반을 좀 구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이라 기대하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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